문득 sns에 중학생 때의 동창들의 근황이 올라온다. 다들 잘 살아간다. 중학생 때도 그랬듯 그때도 다들 잘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고 나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는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같이 공부하기 싫었는데 같이 공부하고, 같이 노는 것도 좋았는데 노는 수준이 나와 달랐다.
요즘 애들 술, 담배 한다고 하지만, 그때 애들도 술, 담배 하는 애들은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일진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지만, 난 찐따라서 끼워주질 않았다. 그래도 단 한 번쯤은 껴서 놀았는데, 엄마, 아빠한테 발각돼 엄청나게 혼났다. 파리채로 맞고, 머리털도 뽑히고, 발로도 차였다. 처음으로 술을 마신 것이 탄로가 난 것이었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경험한 일탈이 부모님께 엄청 얻어터졌는데, 그 이후로 그 무리들은 나를 끼워주지 않았다.
반에서 조용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공부를 잘하든 못 하든 공부를 했고, 지극히 평범하게 중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러면서 반장도 해보고, 총무도 해보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봤다.
학교에서 잘나가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조용한 친구들과 소소하게 놀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후 노래방에 가고 이렇게 보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공부 잘했던 친구들은 여고를 공부를 중간 정도 했던 친구들은 중앙고를, 공부를 못 했던 친구들은 물 건너 학교에 갔다. 조용하고 잘 지냈던 내 친구들은 물 건너 학교에 갔고 난 여고를 갈 수 있었지만, 중앙고를 갔다. 내가 당시 대학교에 진학할 때, 수시로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근데 다들 나 같은 생각으로 중앙고에 진학해서 인지 내신 관리가 쉽지 않았다. 바로 수능으로 전환해 서울 끄트머리 대학교에 들어갔고 난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내 친구들은 대학생 때 서울에 올라오진 못했지만, 일자리를 서울로 구해 생활하고 있다. 자취하면서 힘든 점, 어려운 점 다 함께 공유하며 생활하는데 무엇보다 월급을 받으면 반 이상이 집세로 나가니까 돈을 못 모은다고 짜증을 낸다. 결혼도 하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이것, 저것 포기하게 된다고 하소연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그러면 다시 고향 가서 사는 것은 어떠냐고 물으면, 고향 가서 뭐해 먹고 사느냐고 따진다. 할 말이 있다가도 할 말을 없게 만든다. 서울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나. 이 친구는 서울에 아무도 없다. 내가 왜 서울 와서 고생이냐고 물으면, 고향보다는 좋다고 한다. 고향에서는 자기를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고 했다. 내가 연예인이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지만, 본인은 서울살이가 좋다고 한다.
매일 같이 지하철을 타고, 주말이면 홍대나 연남동에 가고, 동호회도 많이 가입해 약속이 매일 있고,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며 서울 자취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제 결혼이 하고 싶다고 한다. 동호회에서 애인을 만들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소개해 준 남자, 내가 내 지인을 통해 소개해 준 남자는 한 번 만나보고 손사래쳤다. 대학교가 마음에 안 들고, 직장이 마음에 안 들고, 연봉이 마음에 안 들고,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고단한 서울살이에 애인이라도 있으면 덜 외로움 탈까 봐 사람을 소개해 줬더니 뭐가 그리 조건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대학생 때는 그냥 다 만난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서울 자취 생활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내게 하소연할 때면 난 항상 고향에 가라고 한다. 고향에 가서 보살핌도 받고, 평온함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친구가 많이 없어서 이 친구하고는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나를 너무 함부로 대한다.
중학생 때 일을 들먹이면서 찐따 중의 찐따가 뭐라니, 이러고... 너도 여기에 사는데 내가 뭐 가 못나서 이런 말을 함부로 내 뱉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네가 결혼을 하다니 네가 제일 찐딴데... 물론 맨정신에 한 말은 아니라서 신경 안 쓰려고 하는 중이다.
나의 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면, 난 정말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지, 찐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친구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난 그저 도와주고 싶었는데, 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정말 별로였나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을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는 나이가 들면서 친구 관계가 정리가 된다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한다. 나 역시 오랜 서울 자취 생활을 경험했기에 외로움을 잘 알아서 친구의 고단한 서울살이에 내가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나의 중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찐따?!가 맞는 것 같기도 하면서 고향 가면 가끔 마주치는 친구들이 나를 모른 척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먼저 인사해도 반가워하지 않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도 그런가 생각해 보게 되는데, 나에게 먼저 인사하는 사람도, 내게 먼저 손을 내민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지극히 평범했고, 조용했는데 나를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서울 자취 생활하는 친구에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는데, 찐따라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중학교 때 함께 어울렸던 조용했던 친구들하고는 거의 연락이 되지 않는데 이 친구들도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고단한 서울살이가 이제 2년이 돼 가는 친구는 술 먹고 내게 전화를 한다. 서울 자취 생활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고. 그전에 한 번 보자고 하는데 내게 또 어떤 말을 할지 경계부터 하게 된다.
학창 때 같은 반 아이들의 근황을 듣거나 보게 되면, 난 정말 반갑고 기쁜데, 상대방은 아닌 것 같아서 나 역시 계속 감정을 줄여나가려고 한다.
난 정말 반갑지만, 상대방은 아닌 것 같기에.... 고단한 서울살이하는 친구에 대한 감정도 줄여나가고 있다. 쓸데없이 감정을 낭비하기 싫다. 내가 주는 것만큼 오지 않는데 괜히 마음 쓸 필요가 있나 싶다.
내가 잘 해주면 뭐하나 다들 떠나가는걸. 그래 다들 잘 살고 잘 지내라. 난 또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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