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장례식 "안녕 할머니"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왔어요.
어렸을 적부터 많이 따르고 좋아한 할머니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 자연 따라 강 따라갔네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자주 못 갔는데 마지막 얼굴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네요.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할머니 집을 보면서 이곳에 쌓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나에게 덧없이 참 잘해줬던 할머니가 이제는 세상에 없는 것이 거짓말 같네요.
순서대로 가는 것이고 나이가 지긋이 들어가는 것이라 슬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네요.
그동안 할머니가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슬펐지만 오히려 할머니가 싫어할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함만 생각하게 되네요.
할머니 장례식으로 못 봤던 친척도 보게 되고 보고 싶은 친척도 보게 되었네요.
할머니가 생전에 사랑한 가족들과 함께여서 할머니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할머니 장례식 이후 할머니와 자주 놀았던 이곳엔 이제 할머니가 없고
할머니가 우리들 준다고 담은 된장, 고추장, 간장도 주인을 잃었네요.
한 곳 한 곳 할머니가 손 안 댄 곳이 없을 것을 알기에 그 흔적에 또 슬퍼지네요.
당시 부산에서 이 시골까지 시집 와 얼마나 고단했을지 생각이 들면서도 이 세상에 아버지랑 큰아버지를 낳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 장례식 때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있었기에 하늘이 더 맑았던 것 같아요.
사진 저 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알밤을 따던 추억도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모든 게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12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장례식을 했네요.
그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할머니와 내가 할아버지 유품을 같이 태웠는데.... 할머니 유품을 태울 사람이 없네요.
할머니 장례식 후 큰어머니가 할머니의 물건들을 정리할 테지만 오랜 요양원 생활로 많이 없을 것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때가 20년 설날.
면회 가능할 때 이렇게 만나 뵙고 사진이라도 찍어서 다행이네요.
이때 할머니는 숟가락을 본인 손으로 들어 요거트를 드셨어요.
그리고 요거트가 맛있었는지 환하게 웃음을 지었습니다.
당시 했던 이야기를 또 듣고 금방 까먹은 할머니였지만 아버지 이름만큼은 정확하게 기억했던 할머니였네요.
할머니가 걸을 수 있던 6년 전 당시 내가 할머니를 옆 좌석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채우고 같이 드라이브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바람 쐬우는 것을 좋아한 우리 할머니.
나어렸을 적 업고 여기저기 돌아댕기면서 많은 것 구경시켜주고 늙어서는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 돌아댕기고...
할머니 떠날 적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만 가지고 가길...
할머니 장례식에서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닦았네요.
"내 새끼 왔나" 하면서 안아 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할머니 장례식장에 제가 참석했네요.
할머니의 사랑이 이런 거라면 나도 할머니가 되었을 때 우리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해줘야겠습니다.
그동안 할머니와 사진을 많이 찍어 두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네요.
이제부터라도 찍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할머니 장례식을 무사히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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